혼전 순결, 나는 반대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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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 순결은 아직까지도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비록 천연기념물이라며 놀릴지언정 결혼 초야까지 자의로 동정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굳은 마음가짐인지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떤 남성들은 아직도 혼전 성관계를 가지지 않는 것이 여성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남성은 혼전 성관계에 강한 욕구가 있지만 여성의 혼전 순결을 지켜주기 위해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혼전 순결은 종교적인 가치입니다. 이슬람교와 유교에서 미혼 남녀의 접촉을 금하였고, 크리스트교 역시 혼전 순결을 강조하여 초야에 처녀의 표식이 없으면 이를 비방했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불교는… 직접적으로 이를 언급한 경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종교가 혼전 순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종교의 영향력이 낮은 문화권은 상대적으로 혼전 순결에 대해 관대한 편입니다. 하지만 관대할 뿐, 혼전 순결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혼전 순결은 남성 중심적 가치입니다. 그래서 종교의 영향이 없어도 이를 추구해 온 것입니다. 우선 혼전 순결의 신체적 증거는 여성에게만 나타납니다. 초야의 혈흔이 있는지 여부로 여성은 심판을 받아 온 것입니다. 대신 남성은 순결을 바친 여성과 혼인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의무를 저버렸을 때, 그 피해가 온전히 여성의 몫이었다는 것입니다. 남성은 다시 다른 여성과 혼인을 할 수 있었지만 여성은 그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남성은 재혼이고 여성이 초혼인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남성이 초혼이고 여성이 재혼이면 구설수에 오르곤 합니다. 결국 혼전 순결을 지키지 않으면 여자만 손해인 사회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혼전 순결은 일생을 건 도박입니다. 혼인을 하기 전에 서로의 성격과 능력은 겪어보고 판단할 수 있지만, 속궁합은 판단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혼전 순결을 지키고 결혼을 했는데 남성이 발기불능이라면, 이 부부는 이혼을 하기 전까지 성관계를 갖지 못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는 서로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평생 불만족스런 부부관계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아마 부부 사이에 속궁합으로 인한 갈등을 모두 커버하고도 남을만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다음에는 부부 사이가 좋을 리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성생활이 결혼 관계 유지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요즘, 상대방과의 속궁합을 확인하지도 않고 결혼을 한다는 것은 크나큰 도박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의 혼전 순결은 선택의 문제이지,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상당 수의 사람이 지키지 않고 있는 혼전 순결을 지키라고 하다가 그 피해를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규범이기도 하거니와, 여성이 경제적으로 독립이 가능한 요즘 사회에는 적절하지 않은 규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혼전 순결을 지키면 무분별한 혼전 성생활로 인한 각종 사회 문제가 원천적으로 방지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시대의 흐름에 걸맞는 새로운 규범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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