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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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라운 버니]
 
그녀는 언제나 내 것을 한번 잡으면 놓을 줄을 모른다. 마치 노래방 마이크 뺏기지 않으려는 듯, 그녀의 혀 놀림은 에로틱하면서도 필사적이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우리 둘은 섹스하는 동안 언제나 서로를 노리고 있고, 상대의 성기 속으로 입술을 파고드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누가 승기를 잡았다 싶으면 이는 곧 강한 펠라티오 또는 커닐링구스로 이어진다. 내 쪽에서 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정액을 꾸역꾸역 내뱉던지, 그녀의 요도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던지. 끝장을 보지 않고서 이 전쟁을 멈출 수는 없다.
 
신음은 마치 울부짖듯이 울려 퍼진다. 그녀의 허벅지 사이 근육이 물결치며 발가락을 더없이 오므리는 동안,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낮은 신음을 흘리며 그녀의 질 속에서 꿈틀거린다. 몇 번은 비우고도 남았을 정액 한 방울마저 그녀는 허리를 들썩거리며 빨아당긴다. 섹스에 미쳐 이성을 잃어버리고 난 후에는 우린 단지 발정기를 맞이한 암수 한 쌍일 뿐이었다. 손에 잡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움켜쥐고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빨고 핥았다. 넘어지고 뒹굴어도 서로의 성기를 박아대며 신음과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우리가 처음 섹스 할 때도 그랬다. 점잖게 다가서는 게 일상이었지만, 그녀와는 아니었다. 어떤 부드러운 액션도 그녀에게는 허용되지 않았고 우리는 입술 아래 턱까지 흘러내리는 침을 닦지도 않은 채 흥분에 겨워 벌벌 떨면서 옷을 벗었다. 혓바닥은 뜨겁게 서로를 휘감고 나는 발기되어 심지어 아프기까지 한 성기를 그녀 손에 잠식당한 채 뜨거운 숨을 토해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손으로 움켜쥔 페니스를 연신 피스톤 하는 그녀가 금방이라도 자기 질을 벌려 억지로라도 집어넣으려는 행위를 그저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었다.
 
커튼은 가려져 있었고, 넓은 공간에 어떠한 소음도 없이, 우리는 시간을 알 만한 어떤 것도 배제한 채로 섹스를 하고 섹스를 하며 섹스를 했다. 애액이 말라버려 불타는듯한 마찰과 고통을 느낄지라도 그녀의 깊숙이 박아대고 싶었다. 그녀의 속에서 뿜어나온 물줄기가 내 성기를 밀어내는 순간에도 숨이 가빠 눈물이 맺혀 글썽이는 찰나에도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의식을 잃어갈 때까지 골반을 움직여대었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가쁜 숨을 참아대며 혀로 뒤엉킨 질펀한 키스, 서로의 발기된 젖꼭지가 비벼지며 부딪혀 등줄기까지 짜릿한 쾌감을 가져오고, 깊숙이 들어간 페니스가 나올 때마다 퍼올리는 서로의 애액이 가슴을 타고 올라오는 진한 향, 그것이 우리가 가진 섹스, 그날의 예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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