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하는 남자는 루저인가
영화 <아메리칸 파이>
남자들끼리의 대화나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혼자서 자위행위하는 걸 무슨 패배자의 상징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간혹 즐딸(자위행위)을 쪽팔리게 여긴 나머지 '업소라도 가야 갑빠가 산다'며 고작 5~10분 내에 끝날 정사를 위해 엄하게 돈을 쓰는 남자들도 있다.
여자 친구도 아내도 없어서 허구헌날 자위로 연명(?)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후 약 3년여의 공백 기간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적인 매춘으로 해결했다는 남자도 있다.
'그 돈으로 적금을 부었으면'이라는 나의 말에 그는 강하게 반발했다. “니가 남자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 남자는 생리적인 특성상 고환에 고여있는 정자를 주기적으로 빼주지 않으면 병에 걸린다구. 이 나이 되서 몽정을 할 수는 없잖아.”
“자위하면 되잖아.”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리고 쪽팔리게 어떻게 맨날 딸만 치고 살아. 고딩도 아니고…”
“돈 주고 여자랑 하면 자위랑은 다른 무슨 교감 같은 게 있기는 해?”
“물론 하고나면 허무하지. 솔직히 돈이 아깝기도 하고 내가 이걸 왜 했나 싶고… 그래도 남자는 그게 아니야.”
뚜렷한 이유도 없이 무조건 ‘남자는 그게 아니야…’ 라는 말만 반복하는 친구. 도대체 그 ‘그게’가 뭔지 궁금하다.
여자들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생리구조가 있다니 이해할 수 없어도 고개는 끄덕거렸지만, 사실 그가 가지고 있던 남자로서의 매력이 삽시간에 반감되었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다. 돈을 주고라도 여자를 사야했던 그의 무능력함 때문만은 아니다.
섹스와 자위에 대한 그의 단조로운 사고방식이, 삽입과 사정 위주의 재미없는 섹스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자위에는 오랫동안 억류된 정자님들을 방출시켜 사리 생성을 방지하기 위한 생존형 자위도 있지만, 섹스로는 맛 볼 수 없는 즐딸 자체의 매력을 즐기기 위한 레저형 자위도 있는 법이다. 쌀이 없어 죽을 먹는 사람도 있지만 맛있는 건강식으로 죽을 즐기는 사람도 있는 것 처럼 말이다.
늘 똑 같은 자위가 지겹고 허무하다면 요즘 무궁무진 쏟아져나오는 보조 기구의 힘을 빌릴 수도 있고, 각종 매체를 이용한 사이버 섹스를 즐길 수도 있으리라.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페티쉬를 탐구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다. 맘에 안드는 여성과의 섹스보다 자위를 즐긴다는(보기 드문) 한 남자는, 자위할 때도 꼭 좋은 음악과 조명으로 분위기를 맞춘다고 한다. 그 남자와의 섹스는 해보지 않아도 훌륭할 것이다.
단지 배출을 위한 섹스라면 돈을 주고 여자를 산다 한들 자위와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늘 자위하는 남자보다 자위를 즐기지 못 하는 남자, ‘섹스는 곧 사정이다’라는 지루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훨씬 더 매력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