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학군 아줌마-못다한 이야기 4
[MDTM-396]
“지금 당장 와줄 수 있는냐구요?”
학교담임은 일단 학교로 와달라는데 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오늘은 장실장이 마무리 짓고 나머진 시간되면 바로 퇴근들 하세요.”
직원들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급히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학교폭력
준석이 학교폭력에 개입을 하다니 믿기 어려웠다.
작은 체구에 중학교시절엔 교우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였다.
헌데 이번엔 가해자 중 한 사람이라니.
더욱 놀라운 건 지성이도 연루되었단 사실.
“일단 회의실에 잠시 기다리시면 자초지종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회의실엔 이미 다른 학부형이 도착해 있었다.
지성엄마였다. 아니 지성의 새엄마 였다.
자리에 앉지 않고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는 가만히서서 날 힐끗 쳐다보고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다시 창밖을 응시한다.
잠시 후 폭력사건과 연루된 다른 학부형들이 줄줄이 들어오더니 회의실은 고성이 오가는 소리에 난장판이었다.
다들 자기 아이가 피해자라고 할 뿐, 어느 누구도 사건의 진상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심정들은 이해가 가지만 일단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야 하는 것이 순서일터.
학생주임이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긴 했지만 의문점은 여전했다.
일방적인 왕따 사건은 아니다.
패가 갈린 아이들끼리 싸움이었는데 패라고 하기엔 한쪽이 일방적으로 열세기 때문에 집단 괴롭힘의 성격이 짙다.
특목고는 가진 자들만이 사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부류만이 입학가능한 학교다.
헌데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벗으려고 일부 평범한 가정의 학생들을 반마다 몇 명씩 섞어둔다.
아무리 교복을 입는 다 한들 가정형편에서 워낙 차이가 나기에 이런 아이들은 쉽게 식별된다.
그런 아이들의 학부형들은 옷차림에서부터 분위기까지 예상대로 였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평범하다고 해서 무식한 여자들은 아니다.
조근조근하게 당당하게 말은 하지만 돈 없다고 깔보는 시선에 주눅은 들어있었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마찬가지였을거라 생각하니 가여웠다.
나는 온통 지성의 새엄마에게 신경이 쓰여 사건 전말에 대해선 귀에 들리지 않았다.
감정이 없는 듯 점잖지만 절대 호락호학해 보이지 않는 지성의 새엄마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나도 별다른 말 없이 자리를 지켰다.
회의석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있는 집 쪽과 없는 집 쪽으로 자연스레 갈려졌고 여기저기서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주로 있는 집 쪽이 시끄러웠다.
수적으로도 밀리는 없는 집 쪽 학부형들은 상대적으로 말 수가 적다. 당연했다.
아이들의 상처는 크지 않았다. 그저 긁히는 정도.
서로 붙잡고 밀치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가 전부였다.
다행이었지만 맘에 상처는 쉽게 가시진 않을 것 같다.
2시간이 지나고서야 우린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없는 집 쪽 학부형들은 자식을 안고나서야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게 왜 주제넘게... 그냥 애를 일반학교로 보낼 것이지... 이게 뭐야 수준떨어지게.”
조소가 섞인 말 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어떻게 된거야?”
준석은 말이 많았다.
마치 귀족이나 되는 듯 오히려 당당했다.
지성의 새엄마는 혼자 였다.
지성이 끝내 엄마를 보러 오지 않았으니깐.
담임선생은 지성엄마에게 극진했다. 학교의 자랑이니 그럴 만 했다.
지성엄만 말없이 담임의 말을 듣기만 했다.
“지성이는?”
나도 모르게 준석에게 지성의 안부를 묻고 말았다.
그녀가 날 바라본다.
지성이에 대해선 이미 담임에게 들은 터라 궁금해서는 아니고 지성이란 말에 그녀가 날 바라본 것이다.
“지성이가 날 보호해줬어.”
“어 그래... 그랬구나.”
은인의 어머니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난 또 다시 그녀에게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고 그녀는 기품있게 미소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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